문경시가 케이블카, 단산모노레일, 관광테마열차, 문경관광공사, 도시가스 보급 문제를 한꺼번에 도마위에 올렸다. 전임 시정에서 추진해온 주요 사업을 원점에서 점검하고 시민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토론보다 결단이 필요하다.
문경의 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명분만으로 모든 관광사업을 끌고 갈 수는 없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관광열차가 정말 관광객을 늘리고 지역 상권에 돈을 돌게 할 것인지, 앞으로 얼마의 세금이 더 들어갈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이미 돈을 들였으니 계속해야 한다’는 논리다. 과거에 들어간 돈은 매몰비용이다. 그것이 미래의 추가 투자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혈세를 더 넣어야만 유지되는 사업이라면 과감히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문경관광공사 역시 조직을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기존 행정조직과 무엇이 다르고, 민간보다 무엇을 잘하며, 시민과 지역경제에 어떤 실익을 가져다줄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또 하나의 조직과 또 하나의 인건비를 늘리는 데 그친다면 시민들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반면 도시가스 보급은 다르게 봐야 한다. 관광시설이 선택적 투자라면 도시가스는 시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 인프라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보다 시민들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 기반을 먼저 챙기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따라서 문경시는 이번 논의를 사업별 찬반투표로 끝내서는 안 된다. 경제성, 재정 부담, 공공성, 지속가능성, 지역경제 파급효과라는 동일한 잣대를 세워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를 시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총사업비가 얼마인지, 앞으로 얼마가 더 필요한지, 예상 이용객과 수입은 얼마인지, 운영적자는 누가 부담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숫자로 시민을 설득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하겠다는 행정은 쉬운 행정이다. 어려운 행정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행정이다.
문경에 필요한 것은 관광시설의 숫자가 아니다. 기존 관광자원을 어떻게 연결하고, 관광객을 어떻게 머물게 하며, 그 돈이 지역 상인과 시민에게 돌아가게 할 것인가 하는 전략이다.
민선9기 문경시가 이번 논란을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전임 시장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뒤집어서도 안 되고, 이미 추진했다는 이유로 무조건 끌고 가서도 안 된다.
살릴 사업은 확실히 살리고, 고칠 사업은 과감히 고치며, 버릴 사업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의 맨 앞에는 시민의 생활이 있어야 한다.
문경의 미래는 케이블카 하나, 모노레일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정된 시민의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얼마나 현명하게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시민토론회가 보여주기식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문경시가 시민에게 물었다면 이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관광은 냉정하게 선택하고, 시민생활은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그것이 지금 문경시가 해야 할 일이다.